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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403] "다시 위대하게"는 커녕, 미국을 다시 낙후하게 만드는 관세 정책

2025년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후 첫 대규모 경제 조치를 단행했다. 그는 이날을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명명하며, 외국산 제품에 대해 전방위적인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명분은 분명했다. “미국 일자리를 되찾고,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 그러나, 이 정책은 단기적인 감정적 만족을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잠식하는 시계역행적 결정이다.

완전고용 상태에서의 ‘일자리 창출’이란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품 관세를 통해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고,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의 첫 번째 전제가 무너지고 있다. 2025년 2월 기준, 미국의 실업률은 4.1%,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완전고용 수준이다. 다시 말해, “일자리가 없다”기보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미국 노동시장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제조업 일자리는 기존에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전환되는 형태로 생길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는 노동력의 재배치가 발생하지만, 이는 미국 경제 전체의 노동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일자리 수는 같지만, 효율은 떨어지는 구조다.

고임금 노동력을 저부가가치 산업에?

2025년 기준 미국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35.93에 이른다. 반면,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하루 임금이 이 수준을 넘기기 어렵다. 이처럼 임금 격차가 큰 상황에서, 미국이 노동집약적 산업을 다시 끌어오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경제적이다.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임금 국가로서 의료, 금융, IT, 우주항공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중진국과의 교역을 통해 조선, 봉제, 가공 등 저부가가치 제품을 수입했다. 이것이 바로 비교우위에 따른 분업, 즉 글로벌 무역의 근본 원리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이 비교우위의 원리를 무시하고, 모든 것을 자국에서 만들겠다고 한다. 이는 비효율과 인플레이션, 생산성 저하를 자초하는 길이다.

트럼프 1기의 실증적 결과: 일자리 창출은커녕 감소

2018~2019년, 트럼프 행정부 1기의 관세 정책에 대해 연방준비제도(Fed)는 주목할 만한 분석을 내놓았다. 관세가 제조업 일자리에 끼친 영향은 순감소 1.4%. 관세 자체는 일부 산업에서 0.3%의 고용을 늘렸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1.1%)과 보복 관세(-0.7%)로 인한 고용 축소 효과가 더 컸다. 즉, 보호무역은 일자리를 지켜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전체 고용을 줄이고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관세는 곧 물가, 생활비의 상승이다

관세는 미국 소비자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018~2019년 관세 조치 이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3% 상승했다. 이는 트럼프식 관세가 단순히 “외국산 제품만 비싸게 만든다”는 착각을 깨주는 지표다. 왜냐하면, 외국산이 비싸지면, 그 대체재인 미국산도 가격이 오른다. 결과적으로 전체 상품 가격이 상승하고, 소비자 생활비가 올라간다. 2025년 4월 2일에 발표된 트럼프의 '해방의 날' 조치는, 이러한 소비자 부담을 더욱 확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동차, 전자제품, 의약품, 생활용품 등 필수 소비재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이 예상된다.

조선업 부활? 구조조정된 산업을 억지로 되살릴 수 없다

미국 조선업은 20세기 중반까지 강력한 산업이었지만, 노동 비용 상승, 생산성 저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인해 쇠퇴했다. 한국, 중국 등의 조선소는 낮은 인건비와 고효율 시스템을 무기로 세계 시장을 점령했다. 이 상황에서 미국이 다시 조선소를 짓고, 자국민을 투입해 배를 만든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인건비로 세계 평균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국민 세금으로 보조금을 쏟아부어야 가능한 구조다. 트럼프의 주장은 ‘자립’이 아니라, 시장 원리에 반하는 인공 호흡기 정책일 뿐이다.

결론: ‘위대한 미국’은 고립과 회귀가 아닌, 혁신과 개방에서 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계경제와 분업 구조를 무시한 채, 20세기의 제조업 중심 사고로 돌아가는 것은 위대함이 아니라 ‘낙후’로의 회귀다. 진정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면, 21세기 산업에 집중하고, 혁신과 효율성을 강화하며, 글로벌 교역을 통한 상호 발전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관세와 보호주의는 이와 정반대의 길이다. “위대한 미국”은 효율성과 생산성에서 온다. 관세가 가져오는 건, 그 반대다.